De liefde was nog nooit zo zacht als in deze 12 tekeningen

10.

<Ending credit> 어둠 속에서 적당한듯하지만 식별할 수 없는 속도로 올라가는 것. 각각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개인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덩어리로. 단일화된 집단으로. 그게 안타까웠어. 포스터에 크게 실리는 모두가 아는 주연 배우의 이름 말고. 길가의 아이스크림 장수. 등장한지 1초 만에 총을 맞고 쓰러진 검은 옷의 남자. 긴 시간동안 커다란 마이크를 들고 있었을 음향 스태프. 여자 주인공이 입고 있던 끝내주게 멋진 드레스의 제작자. 수많은 밤을 샜을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그들은 누굴까. 고된 집념과 노력 끝에 저렇게 대단한 걸 만든 이들의 이름은. 순간의 장면을 위해 오랜 노력을 했을 텐데 저 길고 긴 글자들 속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가다니. 매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면 내 눈은 깜빡일 새도 없이 부단히 움직였지만 저 작고 빽빽한 글자들 속에서 그들의 이름을 온전히 담기는 불가능했어. 그조차도 상영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불이 켜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어나 나가버리지. 영화관 아르바이트생은 출구에서 우릴 바라보며 기다리는데 앉아있는 것은 어쩐지 눈치 보였어. 너는 그런 나를 알고 있었지. 환해진 상영관에 오로지 남은 우리 둘을 쳐다보는 아르바이트생과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엔딩 크레딧을 번갈아보며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앉은 자리를 들썩일 때마다 가만히 앉아서 손을 잡고 끝까지 기다려주었잖아. 빨리 나가자는 말로 한 번도 보채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었잖아. 모두에게 박수쳐주고 싶은 내 마음을. 아니 그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담지 못하더라도 내가 놓치는 이름은 네가, 네가 흘려보낸 이름은 내가. 우리 그렇게 그 사람들의 노고를 끝까지 봐준 거지? 마냥 흘러가지 않게 지켜준 거지? 밤하늘 이름 모를 별들처럼 작고 많지만 하나 빠짐없이 전부 반짝반짝한 이름들을.

A post shared by 정효천 Jeong Hyocheon (@poetic.persona) on

11.

12.

[related-posts]